상장 8개월 만에 퇴출 위기… 시큐레터 주주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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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 의혹으로 감사 의견 거절… 매출액, 목표치 대비 56% ↓
이의신청에도 상폐 위기 지속되자 343만 명 소액주주들 노심초사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1 10:46:00

▲ 시큐레터는 지난달 15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를 접수해 거래소로부터 내년 4월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시큐레터 홈페이지 갈무리

사이버 보안기업 시큐레터가 코스닥에 입성한 지 8개월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시큐레터는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서 주식거래는 정지됐다. 3만 원 대였던 주가는 6000원대로 급감한 탓에 소액주주들은 좌불안석이다.

한국거래소는 시큐레터에 내년 4월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면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라고 권고했다. 시큐레터는 분식회계 의혹을 해소한 뒤 2023년과 2024년 외부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아야만 상장폐지 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시름 놓았으나 주식거래 정지는 그대로다. 상장폐지 사유를 말끔히 해소할 때까지 주식거래는 정지된다.

시큐레터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건 지난달 5일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고 나서다. 외부감사인 태성회계법인은 의견 거절 근거로 회계부정 조사, 주요 감사절차 제약을 꼽았다. 시큐레터는 태성회계법인이 요구한 재무제표와 경영진 서면진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태성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회계부정으로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 회사 재무제표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 회사의 내부감시기구에 조사를 요청했고 내부감시기구는 외부 전문가를 선임해 조사를 진행했으나 회계부정과 관련된 내부감시기구의 최종 조사결과 및 외부 전문가의 최종 조사보고서를 감사보고서일 현재까지 수령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시큐레터는 파트너사 매출에 대한 수익인식 시점으로 발생한 회계처리 오류라고 주장했다. 시큐레터는 지난달 8일 “회계처리 오류의 주요 쟁점사항은 영업 정책상 당사 파트너 매출에 대한 수익인식 시점의 차이였다”며 “수익인식 시점 차이 문제에 대해 외부감사인과 원활하게 재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매출을 신속히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익성을 과대평가해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큐레터는 지난해 8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전 매출 목표치로 57억 원을 제시했다. 전년(28억 원) 대비 두 배 큰 규모였다.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시큐레터의 매출액은 2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억 원 줄었다. 상장 직후인 작년 3분기에는 매출액이 2억 원에 불과했다. 상장 전 28억 원이었던 영업손실은 57억 원으로 도리어 늘었다.

시큐레터가 상장한 지 8개월 만에 퇴출 위기에 놓이자 소액주주는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1% 미만인 시큐레터의 소액주주는 총 1만6758명으로 전체 지분 43.04%를 차지한다. 거래정지 전 시큐레터의 시가총액이 523억 원인 걸 고려하면 이들이 보유한 투자금은 225억 원으로 추정된다. 개선종료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면 상당 자금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기대를 한 몸으로 받았던 신규 상장사라는 점에서도 충격이 크다. 시큐레터는 지난해 8월 기업공개(IPO)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1698.4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청약 증거금으로 3조4000억 원이 들어왔다. 공모가 1만2000원으로 출발한 시큐레터는 상장 초반 3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다가 점진적으로 쭉 감소하며 지난달 5일 거래정지 직전 6550원까지 내려갔다.

종목토론방에는 시큐레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살다 살다 상장한 지 1년도 안 돼서 상폐 당한 건 처음 본다”, “횡령·배임이 없는지 다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 “상장을 하지 말았어야 할 회사”, “물타기 해서 탈출하려 했는데 너무 미칠 것 같다” 등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시큐레터는 주주들에게 사과하면서도 기술의 가치가 변함없는 가운데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크게 없단 입장이다. 시큐레터 관계자는 “사우디 국부펀드 투자자도 상장 당시 투자 수량 그대로 보유하고 있고 공모자금도 대부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사업을 비롯해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도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