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퇴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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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선관위 간부들의 자녀특채 의혹 확인
선거철 경력경쟁채용 악용 국가공무원에 입직
불법적 고용 세습… 엄정 수사와 처벌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2 00:02:02

민주공화국에서는 국민주권이 선거를 통해 실현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엄정중립의 자세로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하고 투명하게 선거를 관리해야 할 책무가 주어진 이유다. 그러나 선관위의 공직 윤리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가장 공정하고 윤리적이어야 할 선관위에서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은 10여 년간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 결과 선관위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인사·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한 행태가 관행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 채용을 거치지 않고 대를 이어 공직의 길을 걷는 현대판 음서제(蔭敍制)인 선관위 고위직 인사들의 자녀 특혜 채용은 수법도 다양했다. 자녀를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게 하다가 국가공무원인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특혜 채용하는 방법을 주로 썼다.

예컨대 선거철 경력경쟁채용(경채)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 경채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지방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전형 방식이다. 직원 자녀만 비공개 채용·친분 있는 내부 위원으로만 시험 위원 구성·면접 점수 조작·법령상 필요한 지자체장의 전출 동의 요건을 무시하거나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편법 등이 동원됐다.

불법적 고용 세습으로 이어진 선관위 고위직은 물론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서로 청탁하고 눈감아 주는 ‘짬짜미’ 채용 행태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인사부서 담당자들도 한통속이 돼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했으니 대한민국 선관위에 청렴·공정의 공직 기강 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빠 찬스’ ‘형님 찬스’ 채용에 이어 자녀들을 본인 근무지에 꽂은 근무지 세습까지 밝혀지고 있다. 개인 비리가 아니라 선관위 집단 전체의 부패 문제다.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며 어떤 견제도 받지 않은 선관위는 1년 예산 4000억 원·직원 3000명 규모의 거대 조직이다. 더구나 선거가 없는 해에는 할 일이 별로 없는 데다 진급도 잘되는 ‘신의 직장’으로 공무원 사이에서 인식돼 왔다.

그러면서도 부패 집단으로 내몰리는 데 대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문제점이 드러난 후 몰상식한 태도를 보였다. 사태 발생 초기에는 뒤에 숨어 버렸는지 두문불출하다가 뒤늦게 나타나 기껏 취한다는 조치가 말로만 사과했을 뿐이다. 도저히 중앙기관장의 엄정한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가 국민 눈에는 적당히 버텨 보겠다는 태도로 받아들여져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좌절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비리에 대해 분노와 함께 허탈감을 느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관리 기관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되면 선거에 의해 탄생하는 권력 자체에 정통성이 없어진다. 탄생 순간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권력이 한 국가를 이끌고 가기는 어렵다.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선관위의 현실을 보면 자녀 특채 등 비리가 빙산의 일각은 아닐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는 특정 조직문화를 넘어 한 사회의 가치척도로 작용한다. 이런 측면에서 선관위 고위직 인사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은 선관위의 환골탈태가 시급함을 방증한다. 선관위의 비리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불법이 드러나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중앙선관위가 1963년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이런 참담한 사태에 대해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자진해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