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1구역 신통기획 재정비 재검토… ‘속도전’ 정비정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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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1 11:58:41

서울 대표 골목상권 ‘망리단길’을 포함한 마포 망원1구역이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재정비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주민 반발로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재검토키로 했다. 원주민 내몰림과 상권 붕괴 우려가 나오면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서울 곳곳에서 신속통합기획 재정비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망리단길 사례는 정비정책의 한계와 지역성 보존 논란을 보여준다.

마포구 망원1구역은 1500여 호 규모의 저층 주택 밀집지로 서울시는 이 일대에 1800세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한강 조망권과 교통 편의성을 내세운 ‘강북의 한강뷰 아파트 단지’라는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지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핵심 쟁점은 원주민 내몰림과 골목상권 붕괴다. 망리단길 상권은 카페·책방·공방 등이 골목 구석구석 뿌리내려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임대료 급등과 함께 기존 상인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크다. 주민 대책위는 “특색 있는 상권을 가꾸기 위해 수년간 투자한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노년층 임대 소유주와 소규모 단독주택 실거주자에게 재개발은 생존권 위협이다. 아파트 분양을 위해 조합원 분담금이 8억 원 이상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생활비를 임대 수익에 의존하는 고령층은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재개발 이후 원주민 재정착률은 27.7%로 낮다.

신통기획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에서 건축 설계까지 서울시가 개입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대신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지만 토지 등 소유자 수를 기준으로 동의율을 산정하기 때문에 실제 거주자의 의견 반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망원동에서도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가진 빌라 소유주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들이 외부 투자자일 경우 지역성과 무관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원주민 배제형 정비사업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밀어붙이고 있는 신통기획은 현재 서울 전역 130여 곳에서 추진 중이다. 사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라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청약 경쟁률은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50 대 1을 넘나들지만 비수도권은 불과 7 대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비 사업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지역 격차가 심화된다”며 “수도권 외 지역은 재투자 기회를 잃고 있다”고 말한다.

망리단길 사례는 서울의 속도전식 재정비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노후 주거지 개선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원주민의 삶과 지역 상권의 정체성이 무시되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신통기획은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망리단길이 보여주듯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재개발 속도전이 아닌 주민 공감대와 지역 보존을 기반으로 한 정비가 없다면 서울 중심의 정비정책은 주민 갈등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자와 상인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위주의 정비보다는 지역 특성을 살린 소규모·점진적 개발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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