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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 플로베르의 1857년 소설 ‘마담 보바리(Madame Bovary)’는 출간 당시 논란이 커지면서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가 기소되기까지 한 작품이다.
검찰은 소설이 부도덕한 행위를 미화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이 작품에 묘사된 간통과 여성 욕망의 적나라함에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이 작품은 오히려 재판 때문에 아주 유명해졌다. 이후 많은 사람이 이 소설을 자신의 책에서 거론하며 마치 연애와 불륜의 교과서인 양 분석하기도 했다.
왜 엠마는 그토록 불행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을 마냥 미워할 수는 없다. 그녀가 느낀 불행감은 우리도 가질 법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귀여운 딸이 있으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생활이 있었다. 남들이 보면 불행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주인공 엠마는 이 결혼에 만족할 수 없어서 일탈의 길로 들어선다. 그녀는 사랑의 배신과 마주쳤으며 결국에는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파산으로 이어진다. 엠마의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엠마의 처참한 자살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던 남편을 절망으로 가득 채웠다. 아내의 삶을 모른 채 아내가 남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갚으며 궁색하고 고독하게 지내던 남편은 우연히 아내가 받은 연애편지를 보게 된다. 근근히 살아가던 그는 실망감까지 더해져 화병으로 돌연사한다. 혼자 남겨진 철모르는 어린 딸은 고모에게 보내져 공장의 직공이 된다.
엠마는 농장을 경영하는 선량한 아버지를 둔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나이가 들자 수도원에 보내져 교육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로맨틱 소설에 탐닉하게 되면서 낭만적인 인생을 추구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한 성실한 시골 의사 샤를을 남편으로 맞았으나 곧바로 결혼생활이 무의미함을 느낀다. 평범한 일상은 그녀에게 견딜 수 없는 권태가 되었고 잘생기지도 멋지지도 않은 남편 또한 실망감만 보태 주었다.
우연히 토스트 성의 무도회에 초대된 그녀는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며 자신의 삶에 절망한다. 이후 이어지는 남자들과의 일탈은 일상이 되었고 허영에 빠져 사치품을 구입하는 생활로 이어졌다.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몬 직접적 계기는 파산이라는 경제적 상황이었다. 엠마의 불행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녀의 비극은 보편적이다. 150여 년이 지난 현대의 우리 또한 엠마와 같은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여성뿐 아니다.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바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막연한 기대와 환상이 끝 모를 욕망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견디지 못하여 무지개 속으로 도피하다가 좌절한다. 그래서 엠마의 비극은 보편성을 가진다.
수도원 안에서 그녀가 접한 낭만 소설은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다. 우리는 규율과 규범 속에 살면서 탈출을 원한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규범이라는 현실로 복귀하곤 한다. 일상은 흑백이고 꿈은 찬란하게 빛난다.
엠마가 만약 샤를의 빛바래지 않는 흑백사진 같은 사랑을 알아보았다면 그들 가족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자연의 이치처럼 말이다. 한 번 움직이면 한 번 멈추는 것이 도(道)이다. 우리 또한 한 번은 현실에서, 한 번은 환상 속에서 산다. 시계추처럼 균형을 잡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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