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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육군 간부가 또 다시 숨졌다.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육군 모 부대 소속 A 중사가 독신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군 당국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외부 요인이 개입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불과 사흘 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군 수뇌부를 소집해 극단적 선택 예방 대책을 주문한 직후 발생했다. 안 장관은 지난 5일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맞춤형 극단적 선 예방 대책 등 제도적 방안을 적극 시행해 사고 예방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자세로 장병들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병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그 의지와 달리 비극은 되풀이됐다.
최근 군 내 극단적 선택은 유독 초급 간부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최전방 GP에서 한 하사가 목숨을 끊었고, 이달 2일에는 3사관학교 소속 대위가 총기로 생을 마감했다. 이날 A 중사의 사건까지, 임관 10년 차 미만 초급 간부 3명이 불과 2주 남짓한 기간에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같은 연속된 사건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지시와 구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초급간부 간담회 개최와 사고 예방 TF 구성을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4~2023)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은 85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군기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87명(68.9%)이며, 안전사고의 2.5배에 이른다.
육군에서는 428명의 군기사고 사망자 가운데 408명이, 해군은 59명 중 58명이, 공군과 해병대는 각각 79명과 21명 전원이 극단적 선택이었다. 사실상 군기사고 사망 대부분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장호석 군보호연대 기획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향적 군인들의 저항방식이 극단적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군인들의 극단적 선택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와 조직의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며 “청년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미래와 진로가 막혀 있다는 점이고, 군인들은 자유와 혜택보다 과중한 의무와 책임, 단순 반복 업무 속에서 압박을 더 강하게 체감한다. 해소할 출구가 부족하다 보니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응 매뉴얼이나 일시적 대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주말 위수지역 제한을 완화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군인들만의 아마추어 체육리그 개최나 음악 활동, 동호회, 해외 시찰 같은 문화적 장치를 통해 군인들이 동기 부여와 사회적 연결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괴롭지 않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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