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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행진에 거대한 성조기(미국 국기...'))
브라질에선 독립기념일(7일) 거리행진에 거대한 성조기(미국 국기)가 등장해 논란이다. 쿠데타 모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전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이 브라질 최대 도시이자 경제중심지인 상파울루에서 수백 명을 뒤덮을 만한 초대형 성조기(465㎡ 크기)와 함께하자 해당 성조기 입수 배경을 문제 삼고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9일(현지 시간) G1 등 현지 매체들은 연방 하원의원인 브라질노동당(PT) 린데르그 파리아스와 사회주의자행동당(PSB) 페드루 캄포스가 전날 연방경찰에 문서로 정식 조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그간 1년 넘게 공휴일·주말에 자주 집회를 했으나 7일 시위는 성조기 존재감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시위 현장의 브라질 국기들을 완전히 압도할 만한 규모” “브라질 독립기념일에 성조기가 행진의 주인공 역할” 등 현지 매체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논조로 보도했으며 미식축구 내셔널프로풋볼리그(NFL)와의 연결점도 지적됐다. 지난 주말 상파울루에서 로스앤젤레스(LA) 차저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 간 경기가 열려 유튜브 NFL 독점 중계로 230개국의 1730만여 명(미국 내 시청자 1620만 명)이 지켜봤다. NFL 경기 사상 최다 동시시청자 기록이라고 한다.
2007년부터 시장 확대를 위해 NFL이 독일·영국 등에서 해외 경기를 펼쳐 왔다. 이번 장소는 브라질 상파울로였고, 이때 내걸린 것과 비슷한 크기의 성조기가 보우소나루 지지자 집회 때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선 “브라질 좌파 성향 의원 2명”이 “경찰 길이·너비·색조 유사점 등 (두 성조기가) 동일 물품이라는 강력한 정황”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거대한 물품의 운반은 복잡할 뿐 아니라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동일한 국기가 재사용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두 브라질 정치인의 말을 들어, 외국 기관의 국내 정치 참여를 금지한 브라질 법률에 위배될 수 있음을 현지 매체들이 짚었다. NFL 사무국 내지 현지 경기 운영 관계자의 책임을 묻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이 복합적인 정치·법적 논의를 일으킨 모양새다. 민간 업체를 통한 중고·대여·재활용이면 무방하지만 외국 기관에서 특정 정치 세력에 제공한 것이라면 브라질 법률상 문제가 될지 모른다. 미 최고 인기 스포츠 리그인 NFL 역시 애국주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애당초 정치의 장인 측면도 있다. 슈퍼볼은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며 트럼프를 비롯해 정치인 모두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해 자신의 존재감과 메시지를 드러내려 한다. 미 국방부가 2009~2015년 NFL 팀들에 “애국심 부각”을 치하하며 수백만 달러를 지급한 사실, 트럼프가 1기 때인 2017년 “국기 경례 하지 않는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말해 NFL과 백악관이 공개 대립하는 등 문화전쟁의 상징으로도 떠올랐다.
보우소나루는 전자발찌을 찬 채 가택연금 중이다. 와우테르 브라가 네투 전 국방부 장관 등 측근과 기소돼 9일 사건 심리를 주도한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이 유죄로 판단했으며 이번 주 대법원1부(대법관 5명)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2022년 10월 선거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현 대통령) 암살 계획 및 군부 쿠데타 모의 혐의다. 입법·행정·사법 3권 전권 장악 후 비상기구 설치 계획과 2023년 1월8일의 선거불복 폭동 조장 혐의까지 걸려 있다. 보우소나루와의 교분을 과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재판을 “마녀사냥”이라며 지난달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NYT에선 트럼프에 대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대형 성조기로 “감사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봤다. 또 “올해 한국에서도 우파 시위대가 성조기를 흔들며 선거조작 의혹을 주장하고 트럼프 지지자들 구호인 ‘스톱 더 스틸’(표 도둑질을 멈춰라)을 외쳤다”면서, 이는 트럼프 재집권 후 성조기의 글로벌 이미지가 변모 중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AP·가디언 등에선 시위자들이 트럼프 지지 메시지와 함께, 미국의 개입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은 누구의 식민지도 아니다”라며 반발한 대목을 소개했다.
1822년 9월7일 브라질 독립은 남미 국가들 가운데 비교적 폭력 없이 왕족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독특한 사례에 속한다. 포르투갈 왕실이 나폴레옹 전쟁기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로 피신해 어린 시절부터 브라질에서 자란 페드루 알폰수 왕자는 1821년 부친(주앙6세)의 본국 귀환 후 섭정으로 남아 있다가 독립의 주역이 됐다. 포르투갈 의회(코르테스)가 브라질을 식민지처럼 다루려 하자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가장 먼저, 영국·프랑스보다 빨리 공식 승인한 게 1824년 5월 미국이었다.
유럽 열강의 신대륙 식민지 건설 시도를 막으려던 미국에게 브라질 독립은 국가적 전략과 잘 맞아떨어졌다. 2022년 200주년 기념 때 브라질 일부 언론·학술지에서도 미국의 신속한 승인을 조명한 바 있다. 미국의 승인이 국제사회가 브라질 독립을 불가역적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작용한 점, 이것이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외교 관계 시작이었다는 점 등을 작년 8월7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라질판에서 강조했다. 향후 브라질 보수진영에서 미국과의 역사성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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