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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3일) ...'))
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3일) 행사를 계기로 북한·중국·러시아 연대가 과시될 것에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이들 3국 밀착을 도전으로 보거나 대미 견제 세력으로 우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중국의 국내외 형편이 공산당 정통성과 건재를 확인시켜야만 할 절박함을 더하며 항일전쟁 업적 강조가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트럼프는 여유를 드러낸 모양새다.
중국에겐 80주년이란 것도 특별하다. 숫자 ‘8’이란 도교 전통과 부·명예를 축원할 때 쓰는 동사 ‘發’(발)자와의 발음 유사성이 맞물려 중국에서 유난히 선호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8월8일 저녁 8시8분8초에 맞춰진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이었으며 전화번호·차량번호·집번지 등에 8 숫자가 많이 들어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이렇게 2025년 중국 전승절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충분하다. 중국이 이번 전승절을 통해 ‘반미(反美)연대’ 좌장 이미지를 연출할 게 뻔했으나 트럼프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중·러 정상과의 개인적 친분을 언급하며 ‘3국 공조’ 결집력을 흔들 장기적 방침에 자신감을 시사해 왔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면함으로써 탈냉전 이후 처음 중·러·북 정상이 자리를 같이할 행사 전날, 트럼프는 “중국에겐 우리(미국)가 필요하다. 난 시 주석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다. 우리가 그런 것보다 중국이 훨씬 더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방영된 ‘스콧 제닝스 라디오쇼’ 인터뷰 때도 ‘중·러 중심 반미 축 형성’ 지적에 “걱정 안 한다”며 “그들은 미국을 향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 속내가 마냥 편할 것으로 본다면 이 또한 비현실적이다. 우선 푸틴을 상대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열어 종전 내지 평화 협상을 진행하라 압박 중인데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질수록 트럼프의 구상 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에너지의 초대형 고객이며 민수·군수 겸용 품목 수출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간접 지원해왔다. 미·북 정상회담 추진에도 장애 요인이 될 게 자명하다.
김정은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도록 북한군을 파병해 소련 해체 이래 30여년간 소원했던 러·북 관계를 급격히 복원시킨 상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까지 이뤄지면 트럼프가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유인도 약해진다. 김정은이 과거 미국과의 협의 전에 중국과 사전교섭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이 미·북 회담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와 대좌 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라디오 인터뷰 때 트럼프가 일단 푸틴을 향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함구한 채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 생존을 돕고자 뭔가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후 자신이 추진한 러·우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 공세 수위를 높인 푸틴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2일 백악관에선 취재진이 ‘푸틴과 통화했느냐’ 묻자 트럼프는 “매우 흥미로운 것들을 파악했다. 며칠 후 알게 될 것이다. (러·우 회담 불발 시) 어떻게 될지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에두른 답변을 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가 ‘미군의 베네수엘라 마약운반선 격침’ ‘우주사령부 이전’을 직접 전함으로써 중국 전승절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대목도 주목된다. 그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이 현지 정권적 차원에서 작동해 온 점과 마약선 격침 소식의 의미를 짚었는데, 5월 러시아 전승절 때 시 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가 만난 것을 모를 리 없다. 부정선거 논란이 거센 3선 대통령 마두로에겐 미국 정부로부터 마약 카르델 관련 약 700억 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또한 하필 이날 우주사령부의 앨라배마주 이전 발표를 한 것은 항공우주과학에 비상한 노력을 쏟아 온 중국을 향해 일종의 ‘우위 선언’일 수 있음을 워싱턴포스트(WP)·로이터 등이 암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결정의 번복 측면은 차라리 부차적이다. 트럼프는 “우주사령부 본부가 아름다운 곳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이전하게 됐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헌츠빌은 이제 영원히 ‘로켓 시티’ 명성을 가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3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 “수천억 달러의 투자 유치”와 “더 중요하게는 미(우주) 최전선 방어력·주도권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앨라배마 헌츠빌엔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와 레드스톤 병기고, 항공우주국(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가 있어 별명이 ‘로켓 시티’다. 여기에 인공위성 기반 항법 지원, 군 통신, 미사일 발사 경고 등 임무를 수행할 우주군사령부가 자리잡는 것이다. 미 공군이 트럼프1기 말기인 2021년 1월 6개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기반시설 여건, 지역사회 지원, 비용 등을 고려해 이곳을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2023년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우주사령부를 영구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재집권 후 앨라배마로의 재이전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콜로라도주에선 2008년 이래 대선 5회 연속 민주당 후보 손을 들어준 반면 앨라배마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트럼프가 이날 “애당초 우주사령부 본부 위치를 헌츠빌로 선정했으나 바이든정부 때 부당하게 방해 받았다”면서도 정치 지형과의 관련성은 전면 부인했다. “엄청난 경쟁이 있었으나 앨라배마주가 따낸 것”이라며, 아울러 콜로라도주 우편투표시스템을 겨냥해 “자동 부정선거”라고 꼬집었다. 콜로라도에선 2013년부터 유권자 전원에게 우편투표지를 발송하며 모든 선거에서 우편투표가 기본이다. 유권자는 원할 때만 투표소 방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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