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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최대 1조 달러(약 1400조 원)어치 주식을 지급하는 테슬라의 새 보상안이 공개돼 논란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주주들이 이 신규 보상 패키지를 승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판론자들은 과도한 보상이자 기업 지배구조의 나쁜 선례가 될 것으로 주장한다”고 전했다. 전날 테슬라 이사회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주주총회 위임장 서류를 통해 머스크 CEO의 향후 성과 보수 제안을 공개한 상태였다.
11월6일 테슬라 연례 주총에서 투표에 부쳐질 내용으로, 테슬라 전체 보통주(조정된 수치)의 12%인 4억2000만여주를 2035년까지 10년간 12단계에 걸쳐 머스크에게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테슬라 서류엔 적시되지 않았으나 머스크가 보상 조건인 주가·실적 목표치를 모두 달성해 주식 전부를 지급받을 시 총 1조 달러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로써 미 역사상 처음 억만장자를 뛰어넘어 ‘조만장자’(Trillionaire) CEO가 나올 가능성을 여러 매체들이 내다봤다.
테슬라 이사회는 회계 기준상 신규 주식 보상 비용(잠정 합계 추정치)이 약 880억 달러라고 밝혔다. 기업 인건비 분석 전문 업체인 이퀼라의 코트니 유 연구책임자는 “8월 발표된 주식 보상 200억 달러 이상일 금액과 합치면 테슬라가 머스크의 2025년 총 보수로 약 1140억 달러(약 158조4000억 원)를 올리게 된다”며 “역대 최고 수준의 보상 패키지”라고 말했다. 이는 법원 판결로 무효화해 현재 법정 다툼 중인 테슬라의 2018년 머스크 보상 패키지(당시 회계상 23억 달러)보다도 몇 배 많다.
테슬라 외 CEO 최대 보상액 사례는 2008년 14억 달러(약 1조9000억 원)가 주어진 블랙스톤의 오랜 CEO 스티븐 슈워츠먼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짚었다. 미 언론은 테슬라의 이번 보상안이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게 조건이라 주주들에겐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상안이 실행되려면 우선 테슬라 시총 2조 달러를 달성한 뒤 단계별 목표치를 넘고 시총 8조5000억 달러에 도달해야 한다. 현재의 테슬라 시총(1조1000억 달러)을 10년 내 8배 넘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머스크가 단계별로 받게 될 주식의 일부를 현금화하려면 최소 7년 반, 주식 전체를 받으려면 10년 이상 테슬라에 재직해야 한다. 주식 취득 후 수년간 해당 주식 매각이 불가능하지만 주총 의결권 행사는 가능하기에 즉각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머스크의 지분율이 현재 13%에서 향후 보상 주식 취득으로 최대 29%까지 높아진다는 점도 주목 받았다. 머스크가 작년 1월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25%의 의결권(지분) 없이 테슬라를 AI(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분야 리더로 성장시키는 게 마음 불편하다”며 이 정도 지분을 못 가진다면 테슬라를 떠날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보상안을 두고 노조나 시민단체에선 비판이 높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금융개혁을 위한 미국인들’의 부국장 나탈리아 렌타는 “테슬라 직원들의 보수 중간값이 5만7000달러(약 7900만 원)인데 그(머스크)는 파트타임 CEO로서 최대 1조 달러어치 보상 패키지를 받게 된다”며 “아주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교사연맹(AFT)의 랜디 와인가튼 회장 역시 성명에서 “주주들이 머스크의 돈벌이 행위를 거부해 테슬라 이사회의 도장찍기식 승인을 없애길, 테슬라가 기본적인 기업 지배구조 기준을 회복하길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레녹스 교수는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만으로 보상안이 제시한 천문학적 수준의 시총을 달성하긴 어렵다”며 현 상황을 “테슬라가 다른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는 대단히 명확한 신호”로 풀이했다. 아울러 레녹스 교수는 머스크가 집중한 로봇과 자율주행이 아직 테슬라에 상당한 수익을 못 주고 있다면서 “10년 후 잠재적 시장이 어디로 향할지 매우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표했다.
월가 일각에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테슬라에 투자 중인 니아임팩트캐피털의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 크리스틴 헐의 경우 “이것(보상)은 장기적으로 테슬라에 실질적인 이익이 될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에 쓰일 자금”이라며 다른 주주들과 함께 이의를 제기할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투자회사 AJ 벨의 분석가 댄 코츠워스 또한 테슬라의 CEO 보상 계획이 과도하고 기업 지배 구조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으며, 머스크가 이 정도의 보상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츠워스는 머스크가 “경쟁사에 추월당했으며 테슬라 밖에서 보인 행동으로 브랜드를 훼손시켰다”면서 “그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지, 테슬라 이사회가 그를 붙잡으려 애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에둘러 공격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그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 두고자 사실상 그에게 ‘아무 숫자나 골라 보라’ 제안한 셈”이라고 풍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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