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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이 벌어졌다.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됐다는 소식은 국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현지 체포·구금 과정에서 인권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재미교포 법조인은 “본질은 불법 노동 단속”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그동안 묵인돼 온 기업의 편법 고용 관행과 동맹의 성격 변화를 드러낸 사건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7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있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연방·주 법집행기관은 4일(현지시간)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약 300명이 한국 국적자로 추정된다.
HSI는 이번 단속이 “수개월에 걸친 수사와 법원의 수색 영장을 통한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국토안보수사국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최대 규모 단속”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 대부분은 하청·재하청 소속 근로자였고, 상당수가 무비자 프로그램(ESTA)이나 단기 비자로 입국해 불법 취업하거나 체류 기간을 초과한 사례였다. 일부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온 경우도 있었다.
스티븐 슈랭크 HSI 특별수사관은 “이번 수사는 불법 고용 관행과 연방 범죄 혐의를 겨냥한 것”이라며 “법 위반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속 과정에서 일부 인원이 하수 처리 연못으로 도주를 시도했으나 모두 체포됐고, 부상자는 없었으며 경미한 탈수·찰과상만 보고됐다. 조지아 남부지검은 이번 사건을 ‘미국 되찾기 작전(Operation Take Back America)’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무허가 노동자 고용을 줄이고 착취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취재진을 만나 “세부 내용은 모르지만, 불법 체류자 단속은 ICE가 당연히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 달 전 현대차그룹이 백악관에서 260억 달러(약 36조 원) 대미 투자를 발표했던 사실과 대비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CNN과 폭스뉴스는 “최근 수년간 미국 내 제조업 현장에서 있었던 단속 중 최대 규모”라며 이례성을 전했다.
체포된 한국인 상당수는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포크스턴 ICE 구금시설에 수용됐다. 해당 시설은 과거 미 국토안보부 감찰관실이 “비위생적이고 과밀하다”고 지적한 곳이다. 한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민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외교부는 현장대책반을 꾸리고 영사 면담을 실시했으며, 박윤주 1차관은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통화해 유감을 표명했다. 조현 외교장관도 필요할 경우 직접 워싱턴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재미교포 법조인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저스틴 김 미국 변호사(뉴욕주·워싱턴DC)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다르게 짚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불법 노동 단속”이라며 “동맹국이라고 눈감아 주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왜 체포됐는지가 빠진 보도는 잘못됐다. 불법 노동을 했으니 단속된 것이고, 이를 인권 문제로 포장하는 건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내부 통제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B1 비자(비즈니스 출장·학회·회의 참석 등, 취업 불가)와 ESTA(무비자 프로그램·관광·단기 출장 목적, 취업 불가)는 노동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미국 현지에서의 일을 위해 인력을 투입해 왔다면 애초에 불법이었다”며 “글로벌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편법 고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와 맞물려, 동맹국 한국에도 예외 없는 원칙 적용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김 변호사는 “미국은 한국에 그동안 동맹이라는 이유로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 동등한 조건을 적용하려 한다. 트럼프식 동맹관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원칙의 공유”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 현안도 이어졌다. 이번 미국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불법 고용 단속의 본질이 몇 년간 이어져 온 구조적 모순에 기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핵심이다.
예컨데 원청이 근로자 1인당 월 1500만~1800만 원 수준의 급여를 책정하지만, 실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500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간 단계의 하청·재하청 업체들이 ‘영업비’ 명목으로 마진을 떼어내기 때문이다. 숙소는 3인 1실, 차량은 10명이 함께 쓰는 등 열악한 환경이 일상적이며, 초보·대학생까지 모집해 숙련공 임금을 깎아내는 방식도 만연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비자다. 비자 절차가 복잡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형용모순의 주장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관행적으로 일정 정도의 매출 이상에 대한 미국 법인과 계약이 있으면 E-2 employee 비자 스폰서링이 가능하고, 경력직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데도 정식 절차를 회피해 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을 정치적 해석으로 돌리는 건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결국 기업의 철저한 모니터링의 부재가 미국식 원칙 앞에 걸려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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