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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폭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한국은행 기후리스크분석팀 연정인 연구원은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지속성 평가와 비선형성 여부 판단' 보고서를 통해, 폭염과 폭우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비선형적이며 기상 충격의 강도가 커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석 결과, 폭염 강도가 상위 5% 미만일 때는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연 0.03%p 수준에 그쳤으나, 상위 5%를 초과하면 연 0.56%p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 또한 상위 5% 구간과 그 이하 구간의 물가상승 압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연 연구원은 “이상기후는 언제든지 과거와는 다른 규모의 물가상승 압력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경우 고온 충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후 대응이 지연되면 폭염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20312050년 중 0.370.60%p, 20512100년에는 0.730.97%p로 현재(0.32~0.51%p)의 약 두 배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폭염과 폭우의 영향은 단기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잔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의 경우 기온이 1℃ 오를 때 물가상승률이 평균 0.055%p 높아졌으며, 그 효과는 24개월 이상 지속됐다. 강수량이 10㎜ 늘어날 경우에도 물가상승률은 평균 0.033%p 상승했고, 효과는 15개월 이상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농수산물이 폭염과 폭우 모두에 큰 영향을 받아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서비스 물가는 폭염 때만 상승 압력을 받았고, 폭우 시에는 수요 위축으로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폭염이 발생하면 냉방비 증가와 노동생산성 저하로 운영비가 상승하지만, 폭우가 쏟아지면 소비가 위축돼 업계가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극한기상 현상이 일상화되는 상황에 대비해 농축수산업 등 기후 취약 부문의 생산성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난 대응 인프라 확충과 금융·보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 기후 충격이 실물경제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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