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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보험업계와 의료계·시민단체 간 논란이 거세다. 핵심은 경상환자가 8주 이상 보험사의 지불보증을 받으려면 보험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불보증은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환자가 직접 비용을 내지 않고 보험사가 치료비를 대신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제도다. 따라서 ‘어떤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 진료에 참여하는지’는 지불보증 제도의 실효성과 직결된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중 참여 비율은 약 27% 수준으로, 상급종합병원(100%)·종합병원(98.8%)·한방병원(95.7%)은 거의 전수 참여했지만 일반 의원은 17.25%에 그쳤다. 환자 수 역시 한의원(86만 명)과 한방병원(79만 명)이 의원(73만 명)을 앞서 교통사고 환자들이 대형병원과 한방의료기관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9일 오후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현황 및 정책 추진 방향’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업계·소비자·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석했다.
토론의 핵심 쟁점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으로, 상해 12~14등급 경상환자가 8주 이후부터는 관련 서류를 제출해 보험사의 심사를 받아야 지불보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나이롱 환자’로 불리는 부정수급을 막아 재정 누수를 줄이고 보험료를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경모 국토부 사무관은 “향후 치료비는 법적 근거 없이 합의금처럼 쓰이고, 수령자의 84%가 실제 치료를 받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2024년 지급액은 1조6800억 원으로 대부분 경상자에게 돌아갔고, 이들 90%는 8주 이내 치료를 마쳤다. 그는 “보험사기도 지난해 5700억 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대한한의사협회 이사는 “경상환자 8주 제한은 신뢰할 근거가 부족하고 실제 연구에서는 더 긴 치료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또 “과잉진료는 이미 심사·분쟁조정 제도로 통제되고 있다”며 부정수급과 구분을 강조했다.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보험료 인하 효과는 가입자당 2만760원에 불과하다”며 “경상 환자에게 과도한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피해자 보호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8주 제한은 과학적·민주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투명한 논의를 촉구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정수급’은 환자와 의료계에 낙인을 찍는다”며 “2014년 이후 진료비가 2.5배 늘고 한방병원 입원료 급증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치료비가 합의금처럼 작동해 과잉진료를 유도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병권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부 부장도 “전체 가입자의 85%는 무사고인데 일부 과잉진료로 선의의 가입자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상환자 치료비는 10년 새 4.5배, 한방은 6배 늘었고 자동차보험 청구액은 건강보험의 4배”라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김동식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은 “극단적 사례 제시는 정책 판단을 왜곡한다”며 우려했다. 그는 “보험사 수입 21조 원 중 의료비는 2조 원에 불과하다”며 “건전성 논의를 의료비 중심으로 몰아가는 것은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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