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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탄소섬유 고체연료 엔진의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다고 9일 밝혔다. 북한 매체는 이번 시험을 “개발공정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신형 ICBM 개발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미사일총국과 화학재료연구원이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 시험을 진행했으며, 최대 추진력이 1971킬로뉴턴(kN)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시험 현장에서 “경이적인 결실”이라며 “핵전략 무력을 확대·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앞서 1일 중국 전승절 참석을 위해 출발하기 직전에도 해당 연구소를 찾아 엔진 개발 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북한은 이 고체엔진이 기존 화성-19형 계열과 차세대 ICBM 화성-20형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화성-19형만으로도 이미 사거리 1만5000km 이상을 확보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화성-20형 개발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탄두부에 여러 개의 탄두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MIRV·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탄두 ICBM은 단일 미사일에 3기 이상, 많게는 10기 가까운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한 발로 여러 목표를 동시 타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각 탄두가 대기권 재진입 이후 서로 다른 궤도를 그리며 분리되기 때문에, 요격미사일로 방어하는 것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미국이 운영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도 단탄두 미사일에 최적화돼 있어 다탄두가 등장하면 방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탄소섬유 기반 고체엔진은 미사일 중량을 줄이면서도 추진력을 높일 수 있어, 다탄두 탑재에 필수적인 ‘추진력-중량 균형’을 맞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화성-20형은 단순히 더 멀리 날아가는 미사일이 아니라, 미국 본토의 방어망을 뚫고 실제 전술적 타격 능력을 갖춘 차세대 전략무기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연구위원은 “북한은 계속 확장억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대용량 고체엔진의 기술적 발전이 향후 화성-19형과 화성-20형 시험발사, 나아가 신형 SLBM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선 “대용량 고체엔진 성능의 고도화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크기를 줄일 수 있게 한다”며 “특히 공간이 제한된 잠수함과 일정 사거리가 요구되는 SLBM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탄두(MIRV)와 미사일방어(MD) 체계 돌파에 필수적인 탄두 기술 발전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북한의 ICBM 개발 방향성에 대해 “미 본토 타격 능력이라는 목적과 필요 수량을 고려할 때 사실상 한 기종으로도 충분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중국 방문 직전 고체엔진 실험과 함께 화성-19형, 화성-20형을 동시에 언급했는데, 기존 화성-17·18형은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고 짚었다. 그는 “일부 ICBM 버전은 개발 과정에서 정리되고 결국 단일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화성-20형 한 종류로 수렴할지, 2개 기종으로 병행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이번 시험의 공개 시점과 보도 방식도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시험 사실을 간략히 다룬 반면, 조선중앙통신은 세부 제원까지 소개하며 대외 메시지 성격을 부각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 전승절 참석 직후 공개된 점을 고려하면 대미 압박을 노린 대외용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뒤 귀국 3일 만에 무력 과시에 나섰다. 노동신문은 같은 날 시 주석의 축전과 김 위원장의 엔진시험 소식을 나란히 실어 북·중 연대를 과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시험했다고 밝힌 탄소섬유 고체엔진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탄소섬유 복합재료는 강철보다 가볍고 인장 강도는 몇 배 이상 높아, 극한의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ICBM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수천 도의 열과 강력한 충격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고내열·고강도의 탄소섬유가 필수적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금속 기반의 재료를 사용하면서 내열성·경량화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탄소섬유 기술을 확보했다면, 미사일의 총 중량을 줄이면서도 사거리를 연장할 수 있고, 동시에 다탄두(MIRV) 장착을 위한 공간과 탑재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미국 본토 전역을 보다 안정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완성형 ICBM’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탄소섬유 기술을 북한 미사일 전력의 ‘게임 체인저’로 지목한다.
향후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20형을 공개할 수 있으며,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8일 병원 건설 현장 시찰까지 이어가며 군사·민생 행보를 병행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내세운 9·9절에 맞춰 ‘화성-20형’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북·중·러 연대 속에서 본격적인 대미 핵 압박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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