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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최대 6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조달 사업(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조선업계는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사실상 ‘2파전’을 벌이게 되며, ‘K-조선’의 위상이 북미 무대에서 새롭게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캐나다 해군은 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 도입한 2400톤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운용 중이다. 그러나 노후화로 전력화가 사실상 불가능해 최근에는 단 1척만이 가동되고 있다. 부품 조달조차 어려운 상태여서 캐나다 정부는 새로운 3000톤급 디젤추진 잠수함 12척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30년간의 운영·정비 비용을 포함해 약 600억 캐나다 달러(60조 원)에 달한다. 태평양·대서양·북극해를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캐나다의 지정학적 환경, 북극 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상황에서 신속한 잠수함 전력 확보는 필수 과제가 됐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탑재해 3주 이상 잠항이 가능하며, 항속거리는 7000해리(약 1만2900km)에 달한다.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해를 모두 아우르는 캐나다의 작전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도 갖춰 비대칭 억제 능력까지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통상 9년 걸리는 납기를 6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자신했다.
최종 경쟁 상대인 TKMS는 독일·노르웨이에 공급 중인 212CD 잠수함을 기반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NATO 협력 경험과 유럽 내 생산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수주 물량을 소화 중이라 캐나다에 대한 신속 납품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이에 비해 한화오션은 캐나다 정부 목표보다 빠른 2035년 이전 첫 잠수함 인도를 제시하며 전력 공백 최소화를 강하게 부각했다. CBC 등 현지 언론도 “한국이 제시한 납기 일정은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렵다”며 속도 측면에서의 우위를 지적했다.
한화오션은 단순한 장비 수출을 넘어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캐나다 내 운용·정비(ISS) 센터 건설, 현지 인력 채용, 산업 공급망 참여 등을 약속하며 장기적 파트너십 모델을 제시했다.
이미 CAE, 블랙베리, L3 해리스 MAPPS 등 주요 방산기업과 MOU를 맺었고, 지난해에는 영국 밥콕 그룹과도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7월 캐나다 지사 설립을 확정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강점이 분명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 승패는 정치적 변수에 달려 있다고 본다.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예비역 해군 대령)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 이전과 유지·보수 협력 구조를 갖춘 것이 큰 장점”이라며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서 독일보다 확실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러시아에 쇄빙선을 수출한 경험 등으로 북극 작전 환경에 필요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며 “캐나다 요구조건에 따라 선체 보강 등 특수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 장기적 신뢰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주형 안보경영연구원장은 “9월 현재 캐나다 내부에서는 한국 잠수함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지만, 정부는 이번 결정을 ‘정치적 결정(political decision)’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는 NATO 회원국으로 동맹국과의 관계, 상호 운용성, 정치적 함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여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잠수함이 태평양과 북극을 연결하는 해양안보 체제 속에서 어떤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한편, CPSP 수주 여부는 캐나다를 넘어 다른 NATO 회원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폴란드가 추진 중인 오르카 프로젝트(잠수함 3척, 최대 8조 원 규모)에도 직접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성공 시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이 준비 중인 ‘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와 연계해 북미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연말까지 잠정 결정을 내리고, 최종 계약은 2027년 전후에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맥귄티 국방장관은 “납품 일정, 상호 운용성, 북극 작전 환경 적합성, 그리고 캐나다 산업에 돌아올 혜택이 핵심 평가 요소”라고 밝혔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수출전이 아니라 한국 조선·방산업의 국제적 신뢰를 시험하는 무대다.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한국은 기술·가격·속도에서 독일을 앞서지만, 정치적 고려라는 또 다른 전선을 뚫어야 한다.
박범진 교수는 “납기와 현지화가 승부의 열쇠”라고 강조했고, 김주형 원장은 “인도-태평양 전략 내러티브가 정치적 결정을 흔들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최대 60조 원 규모의 이번 사업이 성사된다면 한국은 단순한 조선 강국을 넘어 글로벌 방산 파트너로 도약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캐나다의 최종 선택은 곧 한국 조선업계의 새 역사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정승균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은 “한화오션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해군은 물론 국회 등의 지원 속에 ‘원팀’으로 CPSP 사업 수주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이번 숏리스트 선정이 바로 그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단장은 “한·캐나다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는 물론 해군 협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CPSP 사업에서 정부, 국회 등과 함께 사업 수주라는 ‘유종의 미’를 반드시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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