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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들어 장사를 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가뭄 대응을 위해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면서 식당 역시 수도 사용을 줄이라는 공고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가게에서 물을 아껴쓴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않는데, 손님에게는 불편을 주고 장사도 위축된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강릉시는 장기간 이어진 강우 부족으로 인해 재난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 급수가 시행되는 등 생활용수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시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물 절약 캠페인을 시행하고,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물 사용 절감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소들은 세척용수와 위생관리 차원에서 곤란을 겪고 있으며, 손님 응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물 절약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와 함께 “모든 부담이 영세 점포로 전가된다”는 불만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피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강릉 교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가명) 씨는 평소보다 영업시간을 두 시간가량 줄였다. 주방 세척과 청소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그는 “메뉴 특성상 조리 후 설거지가 많이 나오는데, 물 절약 지침이 강화되다 보니 위생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장사를 줄이면 매출도 곧바로 줄어드는 악순환”이라고 호소했다.
관광객 상대 업소도 직격탄을 맞았다. 강릉 해변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모(가명) 씨는 “샤워장 이용을 줄여달라는 안내문을 붙였더니 예약 취소가 이어졌다”며 “지금도 비수기라 손님이 적은데, 추가로 취소가 늘면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물 절약 캠페인이 생활 편의성을 떨어뜨리면서 소비자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지역 상권은 여름 관광 특수를 지나며 매출 감소에 민감한데, 이번에는 가뭄이라는 변수까지 겹쳤다. 일부 동호회와 사회단체는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회식이나 모임을 취소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모임이 줄어들면 음식점뿐 아니라 납품업체, 인근 편의업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물 절약이 단순한 생활 캠페인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장기화될 경우 지역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릉원주대 환경학과 한 교수는 “가뭄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물 공급 안정화를 위한 대체 수자원 개발과 함께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할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다목적 댐과 인근 지자체에서 물을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강릉시도 급수차 지원 등 비상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도는 낮다. 자영업자 B씨는 “급수차로 하루 이틀 버틸 수는 있겠지만, 장사가 몇 달씩 이어지는데 임시 조치로는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가뭄이 잦아드는 게 아니라면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한탄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강릉 지부장은 “자영업자들이 물을 아껴쓰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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